폴란드 “벨라루스 지시따라 이동”
벨라루스, 임시거처 마련 일단락
폴란드 진입 이주민 행렬은 여전

동유럽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지대의 이주민 사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두 나라 간 정치적 공방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폴란드·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 지역의 조사위원회는 “지난 16일 폴란드군이 물대포와 최루 가스, 섬광 수류탄, 화학물질로 난민들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했다”며 “어린이 15명, 여성 22명 등 피해자 109명의 신원을 파악해 심문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폴란드군과 리투아니아군의 이주민 폭력 사태와 관련해 형사 절차도 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폴란드는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 동부 국경을 따라 이주민들을 여러 지점으로 이동시켜 국경 위기에 대한 전략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위기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만 오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가 몇 달간 계속되리란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국경지대 이주민 약 2000명이 벨라루스 당국이 마련한 임시 수용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다만 폴란드로 진입하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는 이주민들의 행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이 같은 공격은 벨라루스군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폴란드와 서방의 주장을 시인하는 듯한 말을 해 이목을 끌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벨라루스군이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게 도왔다는 서방의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우리는 슬라브족이다. 우리에겐 동정심이 있다”며 “우리 군 장병들은 이주민들이 독일로 가고 있다는 걸 안다. 어쩌면 누군가 그들을 도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 대표단이 이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벨라루스 임시 수용소를 방문했다. 이들 대표단은 폴란드 등 EU 국가들과 벨라루스 양쪽 모두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