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이제는 비대면이 대세
인터넷 신청액 전년비 57%↑
입출금·이체 75% 인터넷으로
영업점 창구 이용 6%도 안돼
5년간 점포 1500여개 문 닫아
정보기술(IT) 발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확산의 영향 속에 금융의 디지털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조회 및 이체는 물론 이제 대출까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고, 은행은 이에 발맞춰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19개 국내은행·우체국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한 인터넷뱅킹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이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자금 이체 및 대출신청서비스를 이용한 건수 및 금액은 일평균 1732만건, 7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 19.6%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대출신청액 급증이 눈에 띈다. 인터넷뱅킹 대출신청서비스 금액은 2021년 일 7545억원으로 전년의 4810억원보다 56.9%나 증가했다. 2018년 1462억원, 2019년 1925억원과 비교하면 4∼5배 증가한 금액이다.
자금이체나 조회는 이미 인터넷뱅킹이 대세가 된 지 오래지만, 대출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점포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가계대출이 불어난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바일뱅킹의 이용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의 15%가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2021년말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수는 1억9086만명(중복 가입)으로 전년말 대비 9.4% 증가했다.
인터넷뱅킹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은행 점포(영업점) 창구를 이용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서비스 채널별 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창구는 5.8%에 그쳤고, 인터넷뱅킹이 74.7%를 차지했다. 현금인출기·입출금기(CD/ATM) 비중은 16%, 텔레뱅킹은 3.5%다. 창구 이용 비중은 2018년 8.9%에서 2019년 7.7%, 2020년 6.8%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처럼 창구 이용이 줄면서, 각 은행은 점포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권이 사회 이슈가 될 정도지만, 은행들은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500여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점포 수가 2020년 3303개에서 2021년 3079개로 224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들 은행의 점포 줄이기는 계속돼 2월 말 기준으로는 2999개밖에 남지 않았다. 점포 수가 2개월 만에 80개 다시 줄어든 셈이다.
은행들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은행원 숫자도 계속 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4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1800여명이 직장을 떠났다.
이렇게 줄어든 은행원의 자리는 원격 업무로 대신하거나, 인공지능(AI) 은행원 이 대체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해 편의점 내 ‘숍인숍’ 형태의 무인 점포를 선보였고, 최근 KB국민은행은 이마트 노브랜드 점포에 디지털 지점을 개설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제휴해 삼성디지털시티점을 개점하고,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