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시작 전부터 검사대기 긴 줄
좁은 공간서 1∼2시간씩 기다려
선별진료소도 여전히 대기 많아
전국 7588개 지정의료기관 참여
병원선 전 직원이 검사만 매달려
일반 진료는 거의 손 놓은 실정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양성이 확인되면 코로나19 확진자로 인정하기 시작한 14일 코로나19를 진료하는 전국 동네 병·의원이 북적였다. 일부 병·의원은 방문객들이 좁은 실내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해 2차 감염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날 울산시 남구 한 이비인후과 접수·수납 데스크에는 병원 점심시간이 1시간 넘게 남은 오전 11시30분쯤부터 ‘접수 완료’ 팻말이 놓였다.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따로 받지 않아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만으로 확진자로 분류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에 출근했다가 직장 동료의 확진 소식을 듣고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김모(38)씨는 “선별진료소에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병원으로 왔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40대 전업주부 서모씨도 경기 부천의 동네 병원에 진료 시작 시간(오전 9시)에 맞춰 갔다가 긴 대기줄에 당황했다. 서씨의 자녀는 주말 내내 고열과 근육통에 시달리다 전날 오후 진행한 자가진단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결국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양성’이라는 검사결과를 받고 귀가할 수 있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이비인후과 사정도 비슷했다. 이 병원 입구에는 문 열기 30분 전부터 시민 40여명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병원 관계자는 “아침부터 코로나19 검사가 되는지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면서 “전 직원이 검사 업무에 몰리면서 일반진료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좁은 병원에서 방문객이 2시간 이상까지 대기하면서 실내 감염도 우려됐다. 병원 내 감염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넓은 공간이 있으면 천막을 쳐서 구역을 나눌 수 있지만, 건물로 둘러쌓인 곳에서는 새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방역 당국은 이날부터 한 달간 시범으로 전국 7588개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 진료 지정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양성 시 확진으로 판정하기로 했다. 병·의원에서 확진되면 바로 격리 의무가 생기고 재택치료를 받게 된다. 60세 이상은 유증상이면 의사 판단 아래 먹는 치료제도 같이 처방받을 수 있다. 연장 여부는 추후 평가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PCR 검사 대기시간을 줄이고 환자 관리 지연을 방지해서 확진자가 조기에 치료와 신속한 관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 평창군보건의료원을 찾은 최모(36)씨는 “주말부터 목감기 증상이 있어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양성 결과를 받은 뒤에 PCR 검사를 따로 받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은 PCR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동네 병·의원으로 인원이 분산돼 선별진료소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와 다른 모습이었다. 경북 예천보건소 앞에는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500m가량 긴 줄이 늘어졌다. 보건소 관계자는 “아직 신속항원검사보다 PCR 검사를 더 신뢰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도 PCR 검사까지 요청하는 주민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