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미크론의 마지막 고비를 넘는 국민들께 불교가 변함없는 용기와 힘을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 참석해 축사에서 “우리 불교는 긴 세월 민족의 삶과 함께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우리 국민의 심성에 녹아 이웃을 생각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됐다”며 “불교는 코로나 유행 속에서도 동체대비의 정신을 실천하며 국민들께 희망의 등불을 밝혀주셨다”고 덧붙였다. 동체대비(同體大悲)는 ‘중생과 자신이 동일체라고 보고 큰 자비심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1000년을 이어온 연등회를 취소하는 고귀한 용단을 내려주셨고, 아낌없는 기부와 나눔, 봉사로 지친 국민과 의료진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셨다”며 “국민들 역시 이웃을 생각하며 자신의 일상을 양보했고, 모두의 자유를 위해 헌신을 감내했다. 지금의 고난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만들고 있다”고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러면서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종정 예하를 여러 번 뵌 적이 있다”며 “그때마다 큰 가르침을 받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떠올렸다. 계속해서 “철마다 들꽃이 만발하고, 수천 개의 장독마다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던 서운암도 눈에 선하다”고 기억했다.
나아가 “종정 예하께서는 모두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불경 보살’의 정신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셨다”며 “그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이 법회는 조계종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성파 스님이 추대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로, 청와대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에서는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불교계와 껄끄러운 관계를 노출했던 점에 비춰 문 대통령의 방문이 ‘불심 달래기’ 행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했다가 불교계 반발에 부딪혔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성파 스님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그것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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