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공식 집권 10년을 기념해 우표를 발행했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외쳐온 문재인 대통령은 쏙 빼면서 눈길을 끈다.
북한 조선우표사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김 위원장의 활동상을 담은 ‘우표로 보는 위대한 혁명영도의 10년’ 기념우표 발행 소식을 알렸다.
이날 공개된 우표는 총 49장으로 김 위원장의 외교활동을 비롯해 지난 10년간의 굵직한 활동을 연도·분야별로 반영했다. 하지만 2018년 4·5월과 9월 각각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우표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우표로 발행됐다. 우표에는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과 책상에 나란히 앉아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했던 2019년 6월을 기념한 우표도 나왔는데, 문 대통령은 빠진 채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두 명의 모습만 기록됐다. 2019년 2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우표는 아예 없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첩을 냈을 당시에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일절 다루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그 실패의 책임을 문 대통령의 중재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사실상 북한은 남북 간 관계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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