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 지도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4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적대자”라고 부르고, 유럽연합(EU)에 대한 적개심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또다시 서방과의 각을 세웠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총선에서 현 여당인 피데스가 압승하며 오르반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오후 1시(한국시간) 현재 개표율 98%를 넘어선 가운데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정당 피데스가 53%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35%를 얻은 헝가리 야당 연합을 큰 표차로 따돌렸다.
오르반 총리는 일요일 밤 연설에서 “우리는 달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승리를 얻었다”며 “브뤼셀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을 언급한 것은 EU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이후부터 EU가 헝가리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찰을 빚어 왔다. 올해 초에는 EU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르반 총리는 EU를 겨냥해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적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이 승리를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적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 승리로 빅토르 총리는 4연임에 성공했다. 1998∼2002년 총리를 지냈던 그는 2010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한 뒤 12년째 장기 집권을 해왔다.
권위주의 성향의 빅토르 총리는 러시아와 중국과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헝가리는 EU 기조에 동참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은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 전 빅토르 총리에 대해 “그는 유럽에서 푸틴 대통령을 돕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빅토르 총리가 중립적 혹은 반 우크라이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선거 결과로 EU가 매우 골치 아픈 상황에 부닥쳤다”고 분석했다. EU의 법치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다른 국가들과 동떨어진 길을 걷는 회원국이나 가입 희망국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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