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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게르가 허물어지고 있어요 쫓겨나는 유목민들이지요 재개발을 반대해요 사막을 반대해요 모래바람을 반대해요 구멍을 반대해요 애들이 담장에 찰싹 붙어 담배질하는 여길 너무 좋아해요 깡통으로 축구를 해요 깡통구좌가 바로 이것이에요 저기 있는 허공 캄캄하지요 모래뿐인 저 구멍 속을 들여다봐요

 

저 엄숙하고 친절한 것들, 내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는 것들, 살아 숨 쉬는 것조차 계량하는 것들, 고요하게 눈 부릅뜨고 내 사소하고 미약한 삶의 질량까지, 부끄러울까, 내 이름자 쓰고 봉함

 

사막을 반대해요

재개발을 반대해요

제가 살던 동네에 재건축 플래카드가 붙었습니다.

어느 날, 축하 플래카드가 걸리더니 한 집 두 집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담도 없던 게르 같은 집이 무너지고

각 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던 이웃들이 뿔뿔이 흩어집니다.

애들이 담장에 찰싹 붙어 담배를 피우고

깡통으로 축구를 하던 이곳에 자본의 바람이 불면서 점점 사막이 되어갑니다.

음식을 나누어 먹고 대소사도 함께 나누던 동네 사람들이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서로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본의 힘으로 속절없이 쫓겨나서

이곳저곳을 유랑할 것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머니 품 같은 서울의 게르.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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