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새로운 역할 정립 필요” 강조
폐지반대 국회 청원 5만명 동의
국회법 따라 소관 상임위서 심사
여성계 “표 장사에 이용 말라” 반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고 9일 밝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여가부 폐지를 막아 달라’ 청원에 동의자가 몰리는 등 여가부 존폐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금 커지는 모습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며 “장관으로 임명되면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부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인구·가족·아동 문제를 챙기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젠더 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풀어 나갈 수 있는 부처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며 “조직을 운영하면서 여가부의 문제점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불리한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했다.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한국의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GGI) 순위를 들며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하다고 말하는데,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고 경제활동 관련 (남녀) 차이가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 여성 비율을 높이고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56개국 중 102위에 머물렀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때 여가부가 수행한 역할에 대해서는 “일부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젠더 갈등 해소 미흡,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으로 지칭했던 것을 사례로 들었다.

앞서 지난 6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한 데 이어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면서 일각에선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반대에 관한 청원’은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5만명의 동의를 간신히 얻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청원심사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의결하게 된다.
자신을 성범죄 피해자이자 해바라기센터에서 도움을 받던 사람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피해자의 경직된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 주는 부처는 여가부 외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를 지켜 달라. 여가부 폐지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당초 이 청원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결집해 막바지에 청원 성립 요건을 채웠다. 2020년 7월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여가부 폐지’ 국민동의청원이 지난해 2월 소관 상임위 안건에 올랐다가 폐기된 바 있다.
여성계는 “‘표 장사’에 여성인권을 이용하는 정치를 멈추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처 개편의 명확한 근거나 구체적인 비전 없이 성평등 전담부처인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성별 갈라치기의 혐오 정치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11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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