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밀착’ 슈뢰더, 정부 제공 사무실 뺏겼다

푸틴에 “친구”… 친러 행보 눈살
獨, 前 총리 예우 국비 혜택 제동
“앞으로 직무 관련 업무만 지원”

독일 정부가 친러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78·사진) 전 총리(1998∼2005년 재임)에게 국비로 제공돼 온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연정 3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베를린 연방하원에 있는 슈뢰더 전 총리 사무실을 폐쇄하는 동의안에 합의했다.

3당은 동의안에서 전임 총리에게 자동으로 사무실과 직원 등이 제공되지 않고, 직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의안에서는 슈뢰더 전 총리에 대해 “더 이상 그가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의) 사무실은 폐쇄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FT는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거부하면서 분노가 커지자 (3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동의안이 예산위원회에서 가결되면 슈뢰더 전 총리는 사무실과 직원 등 연간 40만유로(약 5억3000만원) 상당의 국비 지원을 잃게 된다.

슈뢰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러시아 밀착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전쟁을 끝낼 단 한 사람”이라고 지칭했고, “부차에서 자행된 전쟁범죄는 푸틴 대통령이 한 일이 아닐 것”이라며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을 부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서 매년 거액의 급여를 받는 점도 비난을 받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 정유회사 로스네프트와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에서 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러시아 기업에서 받는 임금은 87만달러(약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스키아 에스켄 SPD 공동대표는 “ 슈뢰더 전 총리를 원로 정치가로 보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며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 측은 관련 보도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병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