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끝없이 치솟는 가운데 유통업체 간 ‘최저가’ 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국내 1위 대형 마트인 이마트는 지난 4일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며 40개 품목을 선정해 상시 최저가를 유지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연말까지 경쟁사인 주요 대형 마트와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마트의 발표 후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장을 보러 가는 시간과 유류비 등을 감안하면 그래도 온라인이 더 저렴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었다. 이에 쿠팡과 오프라인 이마트 매장에서 각각 동일 또는 유사한 14개 식료품을 구매해 비교해봤다.
◆쿠팡과 오프라인 이마트 ‘가성비’ 승자는?
쿠팡과 이마트에서 10만원을 한도로 제품을 가려냈다. 쿠팡 판매 목록에도 있으면서 이마트에서 최저가 상품으로 선정한 종갓집 포기김치(3.3㎏)·동원 ‘델리햄’(500g)·‘신라면’(5입)·오뚜기 ‘페퍼로니 치즈 크러스트 피자’(510g)를 포함했다. 이외 양사 중복 상품인 농심 ‘육개장·김치 사발면’(각 6입)·델몬트 ‘콜드 오렌지 주스’(1L 2개)·CJ ‘비비고 왕만두’(490g 2개)와 더불어 햇반, 컵반, 시리얼 등 약간의 중량 차는 나지만 동일한 브랜드 상품(사과 제외) 등 모두 14개 상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지난 7일 오후 2시쯤 쿠팡에 이들 14개 품목을 주문했다. 주문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로켓프레시’를 통해 13개가 배달됐다. 역시 이튿날 도착한 신라면은 일반 로켓배송 대상 제품이었다. ‘와우’ 회원 전용 할인 쿠폰을 적용해 결제한 비용은 총 9만2850원. 회원비 4900원.
이마트에서 같은 물건을 사기로 했다. 출발지인 서울 종로 인근에서 약 5.5㎞ 떨어진 마포점으로 향했다. 시간은 차량으로 약 30분이 소요됐다. 지하 1~2층 가공식품·냉장식품 판매대를 여러 차례 돌아다닌 끝에 40분 만인 오후 4시30분쯤 장보기를 끝냈다. 햇반 컵반 할인(2+1 행사)을 빼고는 쿠폰은 쓸 수 없었다. 장바구니를 포함한 결제금액은 10만5460원이었다. 여기까지 쿠팡에서 구매한 가격이 1만2610원 더 저렴했다.
◆유류비·장바구니 가격 포함하면? 2만4000원 더 쓴다
이마트와 출발지 사이 왕복과 더불어 제품 고르기와 포장 등을 포함해 2시간 정도 걸렸다. 쿠팡 상품은 주문 다음날인 지난 8일 오전 7시 현관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마트 장보기에 따른 왕복 유류비를 포함해 계산해봤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7월 첫째주 기준 ℓ당 2167원. ‘K9’ 승용차(도심 연비 8㎞/ℓ)로 유류비는 편도 1485원, 왕복 2970원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마트를 오가는 2시간도 금전으로 환산해봤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9160원)을 적용하면 1만8320원의 비용을 쓴 셈이 된다. 여기에 장바구니 3000원 구매를 포함하면 2시간 오프라인 쇼핑에 들어간 부대비용은 2만4320원으로 집계된다. 같은 쇼핑을 하는데 이마트에서 3만5000원 넘게 더 사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2월 소비자 1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 성향이 더 높다. 당시 53.8%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많이 식료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추가로 ‘품’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과 가격 경쟁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일·새벽배송 등의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더라도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보다 더 싸게 들기도 한다”며 “유류비·방문 시간 등을 감안하면 온라인 쇼핑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은 차별화된 자구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만 이마트도 SSG닷컴 스마일클럽(월 3900원) 가입하고 쓱배송 주문 시 최대 10% 장바구니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이마트 측은 "최근 3년간 30여개점 리뉴얼하며 체험형 요소 강화했다"며 "다양한 상품 시식, 체험,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차별화된 요소로 오프라인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고객들의 체감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이마트를 시작으로 유통업계가 물가 안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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