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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탄생에 여성계가 우려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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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4 06:00:00 수정 : 2022-09-23 1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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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권리 인정 않고 낙태에 부정적
“멜로니 총리 돼도 여성들에겐 ‘기회’ 아냐”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이 유력한데도 이탈리아 여성계는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르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마=AP연합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이변이 없는 한 이탈리아형제들이 속한 연합이 중도좌파 연합을 여유 있게 따돌릴 것으로 보인다. 우파 연합이 승기를 쥐면 최대 지분을 가진 이탈리아형제들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가 된다. 파시즘의 원조 격인 베니토 무솔리니 이래 첫 극우 총리이자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셈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최초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에도 멜로니 대표가 총리가 되면 이탈리아 여권(女權)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멜로니가 속한 이탈리아형제들이 성 소수자(LGBT)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낙태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간 이탈리아 여성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이탈리아형제들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수 레반테는 인스타그램에 “멜로니의 비전은 소수자와 여성을 배제한다”고 썼고, 가수이자 모델인 엘로디는 “2018년 총선에서 멜로니 대표는 ‘전통적인 가족관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솔직히 이런 부분은 나를 두렵게 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모델이자 디자이너인 치아라 페라그니도 “반파시스트, 반인종주의, 성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다가오는 선거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멜로니 대표는 미혼모 가정에서 자란 동시에 본인도 워킹맘이자 미혼모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극우 정당 특성상 사회적 소수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마초적이기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멜로니 대표의 승리는 분명 놀랄만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멜로니 대표의 어떤 특성도 이탈리아 여성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멜로니 대표는 정당 공천 등에서 성별할당제를 도입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내 성차별 반대 단체 설립자인 발레리아 마니에리는 “멜로니 대표의 리더십은 다른 여성들의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대표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1.2명인 합계출산율을 독일(1.5명), 프랑스(1.8명)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대가족 감세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여성계에서는 이 공약에 대해 다른 유럽 국가(독일 73%)보다 낮은 이탈리아 여성의 경제 활동률(49%)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도좌파 민주당 소속의 여성 정치인인 발레리아 발렌테 상원의원은 멜로니를 향해 “여성들을 집에 두려 한다”고 비판했다.

 

발렌테 의원은 “멜로니 대표는 여성이라는 특성을 선거 운동에 이용하고 있지만, 여성을 대표하지도, 여성을 위해 일하지도 않는다”며 “멜로니 대표가 총리가 되는 건 여성들에게 결코 ‘기회’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다만, 한쪽에서는 멜로니 대표가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들인 노력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마니에리는 “멜로니 대표의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그는 남성 정치인보다 10배는 더 힘든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멜로니 대표는 2006년 총선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2008년 중도우파 성향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나이 31세로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1년 11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사임할 때까지 장관으로 재임했으며 2012년 이탈리아형제들을 창당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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