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전략은 김일성 전 주석이 1945년 12월17일 주장한 민주기지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산주의 혁명으로 북한을 정치·경제·군사 분야 근거지로 삼은 후 이를 남한으로 넓히려는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세계혁명 전략의 확대판이다. 북한 주도로 조선반도를 공산화하려는 적화통일 개념이다. 1949년 중국과 1975년 베트남의 공산통일도 그렇거니와 북한의 6·25 남침이 좋은 예다. 북한이 1948년 정권 수립 이후 여러 차례 조선노동당 규약을 일부 개정했지만 적화통일 노선은 70여년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지난해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남한혁명노선을 규정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 부분이 삭제되고,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일각에서 북한이 남한혁명통일론과 적화통일 야욕을 접은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지만 어불성설이다.
북한이 지난달 8일 ‘핵 선제공격 법제화’를 발표하면서 핵무력정책법 전문에 ‘영토 완정(完整)’을 언급했다. 사회주의 체제로 한반도 전역을 통일하겠다는 뜻이다. 말만 다를 뿐 적화통일 개념이다. 오히려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적화통일을 위한 선제적 핵 사용과 자의적 사용조건까지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정권수립 74주년 축하서한에 대한 답신에서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위업수행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를 축원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연일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쏘며 한반도 일대를 긴장으로 몰고 있다. 김정은이 한국 주요 시설을 목표로 한 미사일 훈련을 직접 지휘하는 사진까지 내보내며 위협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문재인정부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한·미·일 군사훈련을 놓고 ‘친일’, ‘친북’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남북 화해는 신뢰의 문제다. 문장·단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두터운 안보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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