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 군수업체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 중 한명인 김옥순 할머니가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 할머니는 가해자인 전범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내 손해배상 소송에서 고등법원까지 승소했으나,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7일 김 할머니가 전날 새벽 별세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192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5년 4월 근로정신대에 동원됐다. 당시 김 할머니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어머니, 오빠와 함께 생활하던 중 영문도 모른 채 제비뽑기로 뽑혀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후지코시 도마야 공장에서 탄피와 항공기 부품 등을 만들다 일제 패망으로 같은 해 11월 귀국했다.
이후 김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힘겹게 생활해왔으며, 2015년 4월부터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함께 후지코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해왔다.
앞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2003년 일본 도야마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패소 판결받았다.
이에 일본 최고재판소에 상고했지만, 2011년 기각되자 2013년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2019년 1월 18일 원고승소 판결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후지코시 측이 상고해 현재까지 3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그동안 김 할머니를 포함해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1~3차 소송의 피해당사자인 원고 23명 중 13명이 별세했다.
분향소는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9가길 12-2에 마련됐다. 장례 절차는 유족 뜻에 따라 별도로 진행하지 않으며, 장지는 고향인 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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