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중대 기로에 섰다. 도발적인 질문 태도를 놓고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 공개 설전이 있은 지 사흘 만인 어제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평가받아 온 게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잠정’ 중단이라고 강조하지만, 뾰족한 재발 방지책을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중단 결정은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그에 대한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18일 MBC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MBC 기자는 윤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이란 거냐”라고 고함을 쳤다. 이어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이 공개 충돌했다. 이에 윤 대통령 참모들은 지난 주말 회의에서 도어스테핑을 이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도어스테핑을 하던 대통령실 청사 1층 현관과 기자실 사이를 완전히 봉쇄하는 가림막도 설치했다. 대통령과 언론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MBC가 언론의 기본인 불편부당함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MBC가 왜곡·편파 방송 논란에 휩싸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지난 9월 미국 뉴욕 방문 때 MBC는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면서 욕설을 담은 자막을 달았으나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그 자막이 사실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PD수첩에서는 대역을 쓰고 시청자들이 본인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번에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나와 팔짱을 낀 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일도 예의에서 벗어났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은 지나쳤다.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으로 사태를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보도에 이의가 있다면 정정이나 반론 보도 청구 등의 절차를 밟고, 기자의 무례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하는 게 순리다. 도어스테핑은 훌륭한 소통의 통로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여기서 중단돼서는 안 된다. 보완조치를 마련해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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