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어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6.7% 줄었고 주력품목인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규모는 30%가량 급감했다. 무역수지도 8개월 내리 적자를 이어가며 누적적자액이 400억달러에 달했다. 적자액은 이미 1964년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래 연간기준으로 가장 많다. 내년 수출도 1%대 증가에 그치고 성장률 하향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수출 주도형 경제의 골간이 흔들리고 저성장 위험도 날로 커지는 형국이다.
경제위기에 아랑곳없이 기득권 노조의 파업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 민노총 화물연대가 내일부터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하는데 산업생산과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6월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만으로도 경제적 피해가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도 모자라 민노총은 조만간 지하철·철도·병원·학교 비정규직 노조까지 파업을 예고한 마당이다. 가뜩이나 고금리·고환율에 시름 깊은 산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고 국민 불편도 가중될 게 뻔하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의 고통도 커져만 간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의 경우 물가변동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6.5%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을 식비로 지출하고 10가구 중 6가구가 매월 적자를 낸다. 서민의 팍팍해진 생활고가 한계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96%, 경제전문가 97%는 우리나라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경제주체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고통분담에 나서야 할 때다. 기득권 노조의 극단적 투쟁은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노조는 이제라도 망국적 파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정부도 법과 원칙을 고수하되 노조의 합리적 요구는 귀 기울여 총파업을 막아야 할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대내외 악재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며 “과감한 규제 혁파, 기업 과세체계 정비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수출입과 실물경제 상황을 꼼꼼히 살펴 실효성 있는 수출지원과 산업별 맞춤식 대응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량기업의 흑자도산은 막아야 하지만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은 퇴출하는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과 영세자영업자 보호 차원에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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