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공정가액비율도 추가 인하
현실화율 목표치 80%로 수정하길
정부가 논란을 빚어온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3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평균 71.5%에서 2020년 수준인 69%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90%로 높이는 문재인정부의 로드맵도 사실상 폐기하고 내년 하반기에 새로 짠다. 1주택자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 비율)도 현행 45%에서 더 인하한다.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차원의 수단이 총동원된 것이다. 집값 급락 여파로 실거래가가 공시가를 밑도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나자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 만든 고육책 성격이 짙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부자가 122만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의 8.1%, 서울은 22.4%에 달한다. 집 가진 사람 12명 중 1명, 서울에서는 5명 중 1명이 종부세를 문다. ‘극소수 부자에게 물리는 부유세’라는 도입 취지가 퇴색한 지 오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납세자가 종부세를 내지 못하겠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건수가 3918건으로 5년 전에 비해 95배, 작년보다도 14배 늘어났다. 이 추세라면 조세저항이 들불처럼 번져나갈 판이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세금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작년 공시가 기준으로 재산세, 종부세를 매기고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비과세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는 억지 논리로 반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종부세 대상자로 편입된 30·40세대는 집값 하락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와 세금부담까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떠안고 있다. 이번 조치로도 이들의 고통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부동산 경착륙이 몰고 올 부작용을 경계할 때다.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집값 폭락이 외환위기로 번졌다. 거품붕괴는 은행의 담보가치 하락과 부실화로 이어졌고 급기야 외국계 은행의 ‘크레딧 라인’ 단절까지 야기해 외환부족사태까지 빚어졌다.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통화 긴축 및 경기 하강 국면에서 투기가 불붙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와 여야는 부동산 폭등기에 마련한 징벌적 수준의 부동산세제를 하락기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차제에 공시가 현실화율도 조세재정연구원의 권고처럼 목표치를 90%에서 80%로 낮추고 목표 시점도 5∼10년 연장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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