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에도 파업” 비난 봇물
불법파업 악순환 반드시 끊어내야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가 어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6월 8일간의 총파업을 벌여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낸 지 5개월 만이다. 화물연대는 광양항, 부산항, 평택항 등 주요 항만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등 전국 주요 물류거점을 봉쇄했다. 당장 포항을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자체 물류시스템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철강,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제조업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각종 제품의 수출길도 막혀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적용 차종과 품목 확대 등을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걸었다. 안전운임제는 올 연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토록 돼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파업 때 안전운임제 연장 노력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와 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운송료를 부담해주자는 취지인데,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견인형’ 화물차 교통사고는 시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1년 8%나 늘었고, 사망자도 41.9%나 증가했다. 반면 화물운임은 28%나 상승했다. 운임을 올려주면 화물차주들이 과속·과적을 자제하고 교통안전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이 사실상 틀렸다는 얘기다.
화물연대 파업은 여러 측면에서 명분이 없다. 무엇보다 경제가 총체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어서다.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에다 경기부진까지 겹쳐 기업, 자영업자,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화물차주들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이런 복합적 위기에서 화물연대의 무기한 파업은 고통을 더 키울 뿐이다. 게다가 공공운수 파업을 시작으로 전국학교비정규직, 전국공무원, 서울교통공사, 전국철도노조 등이 줄줄이 파업에 들어간다니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는 어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불법적 운송거부나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선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번 파업 때 수습에만 집착하느라,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화물차주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렇게 물러터진 대응을 하니까 불법파업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은 안 된다.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해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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