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오스트리아 보건장관, '코로나 방역' 과로에 물러나기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직무를 수행할 에너지가 고갈됐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격무에 시달리는 정치 지도자들의 삶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는 21일 아던 총리처럼 '번아웃'(정신적·육체적 탈진)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각국 지도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들이 겪은 극심한 직무 스트레스를 조명했다.
아던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떠나는 이유는 이런 특권적인 역할(총리직)에는 적임자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아야 하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나는 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연료통(tank)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정치인들이 번아웃된 상태를 인정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한 나라를 이끄는 일의 스트레스가 그 정도로 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많은 특권을 지니고, 이를 행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적다는 이유에서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9년간 뉴질랜드를 이끌었던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 과거 재임 시절을 떠올리며 "매일 업무 시간이 엄청났다"고 회상했다.
그 역시 아던 총리처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근거지를 두고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수도 웰링턴을 계속 오갔는데, 이런 장거리 이동이 피로를 가중했다고 설명했다.
클라크 전 총리는 "오전 7시에 비행기를 타는 일이 많았는데, 그런 날은 오전 5시에 일어났고 하루 업무를 마친 뒤 잠드는 시간은 밤 12시를 넘겼다"며 "웰링턴에서 밤새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시대를 막론하고 지도자들이 받는 압박은 항상 컸지만, 소셜미디어와 24시간 돌아가는 뉴스, 인터넷 낚시질, 음모론 같은 것들이 넘치는 이 시대에 그런 압박은 부쩍 심해졌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처럼 최근 몇 년 사이 번아웃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공직자들은 적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2020년 3월 네덜란드 보건장관이었던 브뤼노 브라윈스는 의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받다가 쓰러진 뒤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그는 코로나19에 맞서 방역 정책을 지휘하면서 격무에 시달렸다고 설명했고, 이후 한 인터뷰에서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3개월 동안 잠을 (실컷) 잤다. 새벽 4시에도 깨어있는 생활을 하다가 쓰러진 뒤 내가 원한 것은 자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안쇼버 보건장관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과로에 시달렸다며 사의를 밝혔다. 그는 당시 "임기 15개월이 마치 15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의 사퇴 소식에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된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한다"고 BBC에 말했다.
영국 리즈 대학의 대릴 오코너 심리학 교수는 "번아웃의 주요 인자 중 하나는 직무 스트레스"라면서 특히 총리 같은 최고 지도자에게는 그런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코너 교수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스위치를 잠시 끌 수 있지만, 한 나라의 총리처럼 대중의 눈에 노출돼 있고 매우 어려운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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