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성 지지층 ‘수박’ 색출에… 이재명 “내부 공격 중단해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강성 이재명 지지층은 비명계 리스트를 만들어 색출 작업에 들어가거나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달라”며 “이건 상대 진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대규모 이탈표가 나온 것을 두고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명계’에 대한 공격이 격화하면서 내홍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자제를 당부하며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우리 당 몇몇 의원님들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폭탄 등의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제명 요청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매우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게 많다”며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5명을 비난하면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 누명을 당하는 심정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이간질에 유효한, 전혀 사실과 다른 명단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 작성 유포자가 우리 지지자가 아닐 가능성도 커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 안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생을 방치하고 야당 말살에 몰두하는 정권을 견제할 동력이 약해진다”며 “이럴 때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럼에도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를 겉은 파란색(민주당)이지만 속은 빨간색(국민의힘)인 ‘수박’이라고 칭하며 ‘첩자 7적’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이 주장하는 첩자 7적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연락해 가결에 투표를 했는지 색출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그리고 투표 여부를 확인한 내용을 다시 공유하며 의원들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히고 있다.

아울러 확실하게 비명계로 보이는 의원에 대해서는 다음 총선 지지 철회 압박은 물론 ‘매국노’라고 지칭하면서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이다.

김범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