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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 ‘대입 불이익’ 엄정 대응… 실효성·비교육적 논란도 [정부, 학폭근절 드라이브]

입력 : 2023-04-12 17:59:37 수정 : 2023-04-12 19: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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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종합대책 살펴보니

정시 전형 가해 이력 반영 비율이 핵심
대학 가이드라인 요구에 당국 “어렵다”

기록보존 기간 4년으로 연장 담겼지만
4수생 이상 많지 않아 영향 미미 전망

교육계 “처벌 강화로 민원·소송 증가
갈등 증폭돼 교육적 해결 방해 우려”

정부가 12일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은 ‘가해학생 엄정 대응’으로 요약된다. 가해학생에게 엄정한 조치를 내려 모든 학생에게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인식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엄정 대응 방법으로 ‘대입’을 꺼내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적은 데다 교육적 해결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대입 반영 방식은 대학이 결정하도록 한 것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폭 반드시 불이익” 김종기 위원장(왼쪽 다섯 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얼마나’ 반영할지는 대학 몫

이번 대책의 핵심은 ‘정시 반영’이다. 정시전형은 대부분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여서 현재 전국 대학 정시전형 중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반영하는 비율은 3%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100%로 높여 가해학생이 대학에 갈 때 무조건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앞서 학교 운동부 폭력이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대입 특기자전형에서 고등학생 선수의 학교폭력 조치사항 반영을 의무화하도록 했는데, 일반 학생에게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진 셈이다.

문제는 학교폭력 이력을 어느 정도로 반영하느냐다. 감점 수준이 너무 낮을 경우 ‘아무런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고, 거꾸로 감점 수준이 너무 크다면 ‘과도한 낙인찍기’란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선 교육부가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으나 교육부는 여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영 정도가 크면 당락을 좌우할 정도가 될 것이라 본다. 전형에 따라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대학별로 전형이 달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학교폭력 대책의 시작점인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경우, 서울대 정시전형에 지원했고 실제 서울대에서 학교폭력 이력을 확인한 뒤 2점가량 감점했으나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 관계자는 “감점 정도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애초에 대입에 관심 없는 가해자에게는 정시 반영 대책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엄정주의는 비교육적 방법” 논란도

가해 기록 관리 강화 방안도 논란이다. 당초 교육부가 2012년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록 대책을 내놨을 때, 기록 보존 기간은 초·중학교 5년, 고등학교 10년이었다. 이후 학생부 기록은 가해학생에게 낙인을 찍는 비교육적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기록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까지로 줄였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출석정지(6호) 이상의 조치는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다시 ‘졸업 후 4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이 과거 교육부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학생부 기재 조치가 완화되면서 학교폭력 건수가 늘었다”며 과거 교육부의 조치가 학교폭력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엄정주의가 비교육적인 수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학교폭력 행위에 책임이 뒤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가해자 엄정주의가 소송을 늘리고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오히려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폭력의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처벌 강화는 필요하다”면서도 “처벌은 수단이고 목표는 관계회복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처벌 강화는 민원·소송 제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록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은 사실상 영향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존기간이 2년일 경우 대입에서 ‘삼수생’까지 영향을 받는데, 4년으로 늘어나면 이 대상이 ‘5수생’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4수생’ 이상은 많지 않다.

당초 정부는 보존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기업이 판단할 문제”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고교 졸업 후 그해 바로 대학에 입학해 휴학 없이 4년을 다니고 졸업하는 사람이나 전문대생은 대학 졸업 시까지 기록이 남으므로 기업에서 학생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재수생 이상이거나 군대 등의 문제로 휴학해 학생부 기록이 지워진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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