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000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신임 사장에 백호(사진) 전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이 임명됐다. 백 신임 사장은 지하철이 “시민의 삶을 바꿔놓은 유산이자 미래”라며 올해를 ‘공사 혁신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3일 공사 신임 사장에 백 전 실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단국대 행정학과와 미국 콜로라도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한 백 신임 사장은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교통기획관과 상수도사업본부장, 도시교통실장, 광진구에서 부구청장 등을 지냈다. 특히 시 교통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 서울지하철 9호선 자본 재구조화와 지하철 신규노선 계획 수립, 혼잡도 특별관리 대책 마련 등 굵직한 사업을 이끈 전문가로 평가된다.
시는 “백 사장이 오랜 기간 공직 생활에서 보여준 역량을 바탕으로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 만성적인 재정난 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원만 1만6000명이 넘는 서울시 최대 규모의 산하기관인 공사 신임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올해 하반기로 예고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노사 갈등 봉합 등 산적한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백 신임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공사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수송원가 대비 낮은 운임은 노력해도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 같고, 장애인단체 시위 때문에 거친 말들을 들어야 했으며 10·29 참사는 지하철의 사회적 역할을 더 크게 요구했고 많은 것을 해명하게 했다”고 털어놓은 뒤 “우리는 공사의 역할을 시대에 맞게 개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백 신임 사장은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노후 설비와 전동차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산 매각·업무 효율화 등으로 비용 누수를 잡고 새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업역의 적극적인 확대와 개발 여지가 큰 역세권 사업 추진 등 시대적 변화와 환경에 호응해 (공사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백 신임 사장은 공사를 공정한 조직으로 바로 세우겠다면서 인사 청탁엔 엄정 조치하되 헌신하는 직원에겐 과감히 보상하고 발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외부 지원을 이끌어오고, 때로는 풍파로부터 여러분을 보호하는 우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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