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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라면 한 봉지가 ‘2000원’ 물가 언제까지 오르나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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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6 07:00:00 수정 : 2023-06-06 00: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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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를 기록하며,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지만 서민들의 먹거리 체감 물가는 다르다. 라면값이 한 봉지에 2000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고, 잼·빵·김밥·피자 등도 1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한 2년 전과 비교하면 먹거리 품목 80%가량이 1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우유 원유값 인상도 예고된 상황이어서 ‘밀크플레이션’(우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6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다루었다. 아울러 주요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의 20% 수준으로 쪼그라든 소식도 전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라면 물가가 2022년 동월 대비 13.1%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2월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뉴시스

◆전년 동월대비 라면값 13.1%↑ 14년만 최대 상승

 

5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부문의 세부품목 112개 중 31개(27.7%)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0%를 웃돌았다.

 

특히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지난해 동월보다 13.1%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4.3%)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라면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3.5%에서 10월 11.7%로 오른 뒤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10% 선을 넘었다.

 

시판 중인 라면 가격은 최근 들어 줄줄이 상승했다. 농심이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한 데 이어 팔도, 오뚜기는 바로 다음 달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인상했다. 삼양식품도 같은 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라면뿐 아니라 먹거리 전반에 걸쳐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잼 제품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치즈(21.9%), 어묵(19.7%), 피자(12.2%), 두유(12.0%), 커피(12.0%), 빵(11.5%), 햄버거(10.3%), 김밥(10.1%), 김치(10.1%) 등도 1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체감 물가가 유독 높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이후 상승세가 2년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12개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세부 품목의 물가지수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89개(79.5%)나 10% 이상 올랐다.

 

실제로 2년 전과 현재 먹거리 물가를 비교하면 상승폭은 급등한다. 라면의 경우 지난달 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13.1% 올랐지만 2년 전보다는 24.1%나 상승했다. 국수도 1년 전 대비 6.1% 오른 반면 2년 전보다는 41.6% 상승했고, 식용유는 1년 전보다 14.0% 올랐지만 2년 전보다는 39.9% 상승했다.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오는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한다.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 낙농가의 생산비 인상으로 인해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우유 매대의 모습. 뉴시스

먹거리 물가는 당분간 높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우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오는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에 착수한다. 올해는 생산비 상승 등으로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소위원회가 원유 가격을 결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당해 8월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다만 이 같은 절차는 이해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할 경우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마시는 우유 제품 가격이 상승한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49원 인상되자 각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주요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의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자 비용 증가와 함께 연체율 상승 등 미래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모습. 연합뉴스

◆5개 저축은행 1분기 순이익 78%↓

 

5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의 각 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 합계는 378억원으로 1711억원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9% 급감했다.

 

SBI저축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901억원) 대비 95.9% 감소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순이익도 각각 137억원, 81억원으로 같은 기간 20.3%, 70%씩 줄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분기 순이익이 101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53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OK저축은행은 376억원 수익을 올려 지난해 1분기보다 순이익이 40.8% 증가했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가 예·적금 등의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1분기 상위 5개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68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298억원)보다 106.85% 늘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올라가자, 저축은행은 6%가 넘는 정기예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이로 인한 이자 부담이 올해 1분기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며 순수익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2조59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3103억원)보다 약 12.2%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예상되는 손실을 대비해 쌓아두는 금액으로, 회계상 비용으로 분류된다.

 

연체율 상승은 저축은행이 충당금 적립을 늘리는 배경이다. 금리가 오르며 대출 상환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기 악화 등으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0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6%포인트 올랐다.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지난 5월 31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연합뉴스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고객 이동이 늘어나면서 향후 저축은행 이용자 감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사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축은행 이용자가 비교적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상품이나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플랫폼 가동) 초반에는 2금융권 고신용자가 1금융권 중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우 등을 중심으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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