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 설계, 감리, 시공 등 모든 단계의 총체적 부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32개 기둥 중 19개 기둥에서 철근(전단보강근)이 빠졌고,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 미달이었다.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철근이 빠졌는데도 시공사인 GS건설은 부실한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고 철근을 추가로 누락했다.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까지 설계 기준 강도(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부실에 부실을 더한 격이다. 감리도 ‘허수아비’였다. 도면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업을 발주한 시행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단 한 차례도 품질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한 행태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GS건설은 그제 사과문을 내고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판단해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장 현재 공정률이 67%인 지하 2층∼지상 최고 25층, 17개동 1666가구 규모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면 단순 공사비만 5000억원이 더 투입된다. 업계는 입주지연 보상 등 추가비용을 포함하면 1조원의 재건축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전면 재시공이다.
정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고 강변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내 건설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의 신뢰 하락은 돈으로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브랜드 가치·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됐지만, 인명 피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8월 중순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해 서울시에 통보할 예정이다. 부실 시공의 경우 시공사에 최대 6개월 영업정지, 1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건설업 등록 말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까지 가능하다. 광주 아이파크 사고 이후에도 후진적 사고가 반복되는 건 그간의 대책이 말에 그쳤다는 방증이다. 입주 예정 주민은 또다시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국토부는 전국 모든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통해 설계와 감리, 시공 과정에서 부실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건설사들도 안전·품질 강화에 기업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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