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막판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위원회는 어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어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이 각각 1만2000원과 9700원에서 1만1540원과 9720원으로 양보한 3차 수정안을 놓고 합의를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음달 5일인 최저임금 고시 법정 시한과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내일 제13차 회의에서는 어떻게든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 매년 그랬듯 이번에도 노사 대립 속에 공익위원 수정안 표결 처리의 방식을 따를 공산이 커 답답한 노릇이다.
최저 임금 결정은 2012년부터 노사와 공익 위원의 합의가 아닌 표결로 결정해 왔다. 최저임금위원이 근로자, 사용자, 공익 9명씩이니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노사 대립 속에 공익위원 수정안 표결로 최저임금을 정하니 위원회가 왜 필요하냐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돌파할지에 온통 관심이 쏠린다. 올해 9620원인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3.95%만 넘으면 1만원대가 된다. 그동안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따로 없다 보니 주먹구구식 아니면 ‘공익위원 계산식’을 적용해 왔다. 해당연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빼는 식이다. 이번에도 공익위원 계산식으로 결정한다면 1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액수도 액수지만 ‘최저임금 1만원’의 상징성으로 인해 관련 업계가 받을 충격이 워낙 큰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사라질 수 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큰 부담이다. 특히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 5년간 최저임금을 41.6% 올리면서 이미 경험한 바다. 식당들은 키오스크와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밤 8시 이후엔 주문조차 받지를 않는다. 편의점 주인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야간에는 무인판매로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러니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숫자가 2018년 398만7000명에서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늘어난 것 아니겠는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감당 가능한 수준을 감안하면 1만원 마지노선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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