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어제 서울에서 출범했다. NCG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후속 조치로, 미국이 가진 핵자산에 대해 한·미 양국이 기획과 실행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상설 협의체다. 핵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한·미가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한국의 비대칭 전력 열세를 만회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어제 차관급으로 격상된 NCG 첫 회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공동 주재했다. NCG는 분기별로 1년에 4차례 회의를 한다.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비견되는 NCG를 출범시킨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NCG는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잠재우면서 한·미 간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차장은 “북한이 핵공격을 하면 정권의 종말이 올 것”이며 “미국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캠벨 조정관도 “북한의 핵을 억제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핵전략잠수함(SSBN)이 42년 만에 부산에 기항 중에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NCG 출범으로 앞으로 북한이 핵도발 징후를 보이면 한·미는 즉각 공동 대응하게 된다.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의미다. 다음달 열리는 한·미연합훈련도 강도가 높아질 게 분명하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그제 담화를 통해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며 “비핵화라는 말은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하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을 소리”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올 들어 강도를 높이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은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북한이 2000년 가입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어제 의장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을 지지한다”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도발 충동을 꺾을 수 있도록 NCG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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