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의 교직원들이 업무추진비와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쓰는 등 운영 전반에서 다수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공대 감사 결과 드러난 예산·회계 분야 등의 비위를 공개하면서 이사회 측에 윤의준 총장 해임을 건의하고 비위 연루자 6명 징계 및 83건에 대한 주의·경고처분을 요구했다. ‘문재인공대’라는 비판 속에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대학에서 비위가 버젓이 자행됐다니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감사 결과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 교수는 연구비 카드 등으로 한정식집에서 127만원을 결제했고 다른 교수는 연구비로 신발건조기 등을 구입했다. 직원 47명이 206건의 허위 근무로 1700만원가량의 시간외수당을 챙겼는가 하면, 지난해 직원당 300만~3500만원의 임금 인상(평균 13.8%)을 산업부 협의나 이사회 의결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진행했다. 법이나 규정을 어긴 채 계약업무를 하고 학교에 손해를 끼친 일도 있다.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이러고서도 미래 에너지인재 육성기관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대선 공약이라고 해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밀어붙인 사업이다. 2021년 3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 만에 건물 1동으로 허허벌판에서 입학식을 치렀다. 부지도 창업주가 검찰 수사로 재판을 받던 기업에서 기부 형식으로 받은 골프장 터다. 문재인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속에 새로 대학을 세우느니 기존 대학을 활용하는 게 낫다거나 한전의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는 귀를 닫아버렸다.
한전공대는 사실상 한전 출연금에 의존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 2020∼2022년 한전과 계열사가 1724억원을 출연했고 2031년까지 필요한 운영비 5641억원 중 지자체 부담분 2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력기금에서 지출하거나 한전 측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인상을 미룬 탓에 정작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적자만 45조원에 달한다. 상당수 국민이 설립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고 교직원 도덕적 해이까지 드러났는데 한전공대에 계속 국민 혈세나 다름없는 전력기금을 투입해야 할지 의문이다. 감사원이 지난 3월 설립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선 만큼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존치 여부를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