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속 생태전환 교육 절실
서울시의회 관련 조례 도리어 폐지
미래세대 위한 문제 정쟁화 안 돼
기상청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올해 장마철 강수량은 지난 50년간 장마철 강수량 중 세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특히 충북, 충남, 전북 지방에서는 평소 장마철의 두세 배 넘는 비가 쏟아져 큰 수해를 입었다.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논과 밭, 산사태로 무너진 집 앞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의 한숨과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러나 그분들의 피해가 제대로 복구될 수 있도록 돕고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행정가나 정치인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더 큰 문제는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온난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수증기와 열이 더 많이 유입되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장마’라는 표현 대신 다른 용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마가 끝나도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거라고 하니 그 또한 걱정이다. 이렇게 극심한 기후변화를 보면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
이제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브뤼노 라투르의 표현대로 우리는 “이 팬데믹 시기에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라투르는 신기후체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과 생태화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적 가치를 정치적, 제도적으로 실천해나갈 주체로 ‘녹색 계급’의 출현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지구생활자 모두에게 걸려있는 문제이지만 스스로가 녹색 계급임을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지구의 악조건 속에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에게는 생태전환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의회에서 ‘생태전환교육 조례’가 폐지되었다. “그레타 툰베리 한 명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는 한 시의원의 호소에도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폐지를 강행한 것이다. 생태전환교육 조례는 기후위기에 맞는 청소년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3년 동안의 논의 끝에 2021년 제정되었다고 한다. 환경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조례를 보완해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하지만 이전 정권에서 제정된 법이나 정책을 이념적인 것으로 예단하면서 폐지하려는 정치인들에 의해 어렵게 싹을 틔운 생태전환교육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들에게는 미래세대의 교육보다 진보 교육감의 정책을 흔들고 새로운 조례의 기득권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일까.
최근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싸고 나오는 논의도 마찬가지다. 교권 침해가 심해진 것은 전교조와 함께 제정한 ‘학생인권 조례’ 때문이라며 조례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을 왜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것인지, 교사의 노동권 보장이나 지원체계를 마련하면 될 일을 왜 ‘학생인권 조례’ 폐지라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우리 공교육에서 이루어온 민주화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지워버리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기후위기나 교육은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공통의 중요한 문제인데, 이런 조례들까지 정쟁의 희생물이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며칠 전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석유 시설 입구를 막고 기후 시위를 하던 툰베리와 동료들은 이동하라는 경찰의 명령에 불복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경찰의 억센 팔에 두 팔을 잡힌 채 끌려가는 툰베리의 눈빛이 자꾸 떠오른다.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에게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여러분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2019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질타하던 툰베리의 연설은 이렇게 끝난다. 최근 서울시 교육 조례를 둘러싼 정쟁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미래세대의 눈이 우리를 향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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