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어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를 발표했다. 고시에는 학생·교원·보호자의 책무와 교원의 구체적 생활지도 범위·방식,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생활지도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고시를 제정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시점이 빨라졌다.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국가 차원의 지침으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1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달 1일부터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면, 교육목적이나 긴급상황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불응하면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수업을 방해하면 교실 내 다른 자리나 밖으로 분리할 수 있다. 난동을 부리는 학생에 대해 물리적 제지도 가능하다. 다만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체벌은 여전히 금지된다. 상황이 생겼을 때는 교원이 학교장, 학교장은 보호자에게 곧바로 알려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고시에까지 담은 걸 보면 그동안 교육 현장이 얼마나 왜곡돼 있었으며, 교권이 추락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는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별도로 마련했다. 보호자의 침해 행위가 발생한 경우 유치원 규칙에 따라 해당 유아를 출석정지하거나 퇴학시킬 수 있고, 보호자에게 부모교육 수강이나 상담이수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다. 유치원 교사들도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큰 스트레스였다. ‘내 새끼 지상주의’에 편승해 교사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하고 갑질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 이 또한 만시지탄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고시가 무너진 교실을 바로 세우고 균형 잡힌 ‘모두의 학교’를 만들어 학교를 학교답게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교권침해 행위를 줄이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오늘 초등교사노조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의 모호성으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잇따른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또 전국 교사들은 내달 4일 국회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고시만으로 교권 보장을 기대하기란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교권침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등 법 개정에 국회가 적극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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