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키울 전문인력 확보 절실
선거 앞둔 국회 입법 의무 다해야
윤석열정부의 국민연금 개편 밑그림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어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를 통해 보험료율을 끌어올리고 지급 개시 연령은 늦추는 내용의 연금개혁 제도 개편안 보고서 초안을 내놨다. 이 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매년 0.6%포인트씩 높여 12%(5년), 15%(10년), 18%(15년)로 인상한다. 2033년 65세가 되는 수급개시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3가지 안도 제시됐다. 기금 투자수익률 제고(0.5%포인트, 1.0%포인트)안도 제시했다.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고갈을 막는 게 목표라는 점에서 ‘보험료율 15%· 투자수익율 1%포인트 상향, 수급연령 68세’에 방점이 찍혔다. ‘더 내고 더 늦게 그대로 받는 안’이다.
전문가집단이라는 위원회가 9개월을 논의하고도 단일안 도출은커녕 18개 시나리오를 툭 던져버린 것 자체가 한심하다. 여기에다 ‘용돈 연금’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쏙 빠졌다. 위원들 간 소득보장파와 재정안정파로 나뉘어 갈등을 빚다가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던 위원 두 명이 공청회 전날 사퇴할 정도로 격론이 있었다고 한다. 정치권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한 위원들은 연금의 정치화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급선무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노인빈곤 문제 해결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연기금 저수지를 키울 수익률 제고가 중요한 이유다.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연금운용 부문을 떼내 공사(公社)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은 조직이 아닌 전문인력 부족 탓이다. 파격적인 대우를 해줘서라도 실력 있는 운용 전문가를 영입해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정치권과 소액주주에 이끌려 국내 주식에 치중된 투자도 수익률이 높은 해외로 확대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윤석열정부는 교육·노동과 함께 연금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제시한 만큼 사활을 걸고 관철시켜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고 ‘현행 유지’를 포함한 4가지 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선택하라며 책임을 떠넘긴 문재인정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타당한 소득대체율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늦어지는 만큼 정년연장 논의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도 연금개혁을 표퓰리즘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번이 연금개혁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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