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현지시각)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6.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진앙에서 가까운 알 하우자와 타루단트 지역의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전해진다. 숨진 희생자만 2000명을 넘어섰다. 2000여명의 부상자 중 중상자가 1000명이 넘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이번 규모 6.8은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7.8)보다 낮지만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명의 인명을 앗아간 규모 5.8 이후 모로코를 덮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한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잠든 밤에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내진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낡은 벽돌 건물이 맥없이 무너진 탓도 크다. 일대 현장이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건물과 주택은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한다. 지진 진앙의 부근에 사는 한 주민은 “인근의 집들이 다 무너졌다. 우리 이웃들이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려 있다”고 했다. 일부 병원 앞에서는 시신 10여구가 목격됐다.
모로코가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도 강진 피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중세 고도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문화유산에서 손상이 목격됐다. 특히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도 일부 손상됐다. 카페 등이 즐비한 마라케시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은 주민들의 피난처가 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모로코 군 당국이 수습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무너진 건물 사이로 생존자가 있을지 몰라 맨손으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인력과 장비, 의료·구호 물품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 세계가 인류애를 발휘할 때다. 지구촌 가족이 곤궁에 처했을 때는 함께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연대 의사를 표명했고, 튀르키예도 애도 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도 모로코에 대한 지원을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우방국들의 도움으로 6·25전쟁의 참화를 이겨 낸 대한민국이 이제 주요 7개국(G7) 진입을 넘보는 경제 대국이 된 만큼 국격에 걸맞은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비탄과 절망에 빠진 지구촌 이웃을 돕는 데 한 발 더 앞장서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중추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해야 할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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