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첫 공개연설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수년 동안 오지 여행을 좀 다녀왔다”라며 수감 생활을 ‘여행’에 빗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사면·복권된 이후 이 전 대통령이 공개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원고 없이 단상에 올라 “수년 동안 ‘오지 여행’을 하느라고 여러분을 볼 수가 없었다”라고 운을 떼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작년 연말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 지금 중소기업인들을 한자리에서 처음 뵙는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초 터진 ‘광우병 사태’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던 과정을 설명하며 “(그 당시) 우리 중소기업 회장단, 경제인들, 공무원들, 또 금융인들, 뭐 할 것 없이 모두가 열심히 했다. 공무원들 2년치 월급을 전부 동결하고 대기업은 초봉을 전부 감액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노총 위원장들에게는 임금 인상 투쟁을 하지 말라 부탁을 하고, 모든 사람이 협조를 했다. 미국이 300억불, 중국이 300억불, 일본이 300억불 해서 세 나라가 900억불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세계 역사상 없는 금액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3% 이상 될 때는 역사상 2번인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한국은 유일하게 0.2% 성장을 했다”면서 “이는 사실 대통령이 잘한 것은 아니고 우리 기업인들이 (잘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그 때는 중국하고도 잘 지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가 “여기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요즘 분위기가 그러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고 암튼 세 나라 협조를 받아 국내외적으로 협력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기업하는 분들, 특히 위기 때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기여한 중소기업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저는 이제 정치하면서 표 얻을 일이 없으니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금년, 내년 한 2년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여러분이 똘똘 뭉쳐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 세계 경제 어렵지만 극복 못할 위기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활동한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함께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고, 4월에는 연극 ‘파우스트’ 관람을 위해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극장을 찾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현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주연을 맡은 연극이었다.
지난 5월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 사업에 함께했던 서울시 공무원 모임인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 구성원들과 청계천을 둘러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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