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슈·뉴스 번역·콘텐츠 제작
CNN 등에 국내 실상 낱낱이 고발
“교육부·교육청에 목소리 계속 내
더 이상 고통받는 교사 안 나오길”
한 주 건너뛰었던 교사들의 주말 집회가 16일 재개됐다. 4만명(집회 측 추산)의 교사가 전국에서 모여 국회의사당 앞을 채웠다.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지지부진한 국회와 교육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에 등을 돌린 채 앉았다.
이 같은 교사들의 집회에는 특징이 있다. 한 주의 집회가 끝나면 집회 운영진이 해산한다는 것. 누군가 온라인 교사커뮤니티에 집회를 제안하면 그때부터 일회성으로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지는 방식이다. 교사들은 서로의 이름이나 소속을 묻거나 밝히지도 않는다. 그들의 활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고 추후 징계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집회 운영진과 달리 해산하지 않고 지속해서 활동하는 팀이 있다. 바로 공교육정상화 해외 홍보팀인 ‘K-TEACHERS’다. 팀장을 맡은 A씨(공동팀장 3명 중 한 명)는 ‘키위’라는 별명으로 50명의 팀원과 함께 활동한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보도에 따른 파장을 우려한 A씨의 의견을 존중해 익명인터뷰로 기사화했다.
A씨는 17일 “교육부와 교육청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7월부터 교사들은 뙤약볕에 나와 목소리를 냈지만, 국회와 교육부에 닿지 않고 있다”며 “교사들에겐 정치기본권이 없기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영어를 잘하는 편인 A씨는 동료 교사들을 지키기 위해선 외신에 현 상황을 알리고 관심을 집중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온라인 교사커뮤니티에 함께할 교사를 구하는 글을 올린 게 팀의 시작이다.
해외홍보팀은 공교육 정상화 이슈를 번역해 외국어 콘텐츠로 배포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어로만 번역했지만 많은 교사가 참여하면서 현재는 영어, 불어, 일본어, 스페인어로 카드뉴스, 숏폼(짧은 영상), 만화 콘텐츠까지 만들고 있다.
A씨는 “기대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BBC·가디언, 미국의 CNN·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교사 집회와 추모집회를 취재하고 보도했다. A씨는 “처음엔 시큰둥하던 외신들이 곧 앞다투어 보도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며 “지난 14일에는 해외 언론사를 대상으로 국·영문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A씨도 지칠 때가 있다. A씨는 “배포물을 만들기 위해 몇 번씩 교권과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우울한 마음이 커지고 밤늦게까지 업무를 하고 아침에 출근해 수업하면 체력적으로 버겁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절박함이 A씨와 동료 교사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림을 그리고, 외국어로 자료를 번역하고,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는 등의 모든 행동은 ‘안전하게 가르치고 싶습니다’를 외치는 각자만의 방식이다.
A씨는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교권회복 4법’에 대해 “교사들이 그 더운 날 모여 외친 것이 이제 하나씩 실현된다는 생각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주관하는 보건복지위원회는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A씨는 “현행법으로 아동학대는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돼 바로 경찰이 출동한다“며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아 생을 마감하는 선생님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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