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향후 10년간 1300조원 규모 세계 함정 시장 가운데 300조원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박진원 방산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15일 “한화오션은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역대급의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화오션이 유상증자받은 2조원 중 45%인 9000억원을 방산 기술력 확보를 위해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설명이다.
방산 분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건 독자적인 기술력을 상당수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를 더해 2040년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친환경기술, 스마트십, 함정 연구가 한창인 시흥R&D캠퍼스는 방산사업 확장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12월 서울대 시흥 스마트캠퍼스 내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 연구센터로 문을 열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인수되면서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가 됐다.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길이 300m, 폭 16m, 높이 7m의 세계 최대 예인(曳引) 수조다. 3만3600t의 물이 담긴 수조는 나무나 복합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선을 띄워 예인차로 끌며 선박의 저항·운동·조정 성능을 시험한다. 모형선 바닥에 검정 페인트를 바르고 시험하면 유속 모양이 배 바닥에 그려진다. 수조 끝에 있는 조파기에서 각종 파도를 만들어 선박의 수평 조정성능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창훈 성능평가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예인수조가 없어 해외에 위탁해 시험했을 때에도 ‘톱3’였는데, 이젠 ‘톱’이 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예인수조 옆엔 모형제작워크샵이 있다. 일련번호와 여러 표시가 된 노란 모형선들이 늘어서 있다. 모형선은 통상 겹쳐진 나무 판재를 깍아 만드는데, 한화오션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복합플라스틱 소재(ABS)로 10m급 시험용 쌍축선 모형을 제작했다. 3D프린팅으로 하면 모형선 제작기간이 22일에서 13일로 줄어드는데, 나무와 ABS로 각각 모형선을 만들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모형선 115척을 만들어 시험했고 절반은 폐기됐다”며 “3D프린팅이 도입되면 생산성이 50%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모형선은 보안상 이유로 톱밥으로 갈려 폐기된다.
조선업계 최초·유일의 음향수조는 지난 6월 자동화시스템까지 갖췄다. 음향수조는 한화오션 방산 기술력의 정점이라는 평가다. 수상함과 잠수함 등 방위산업의 여러 연구분야 중 수중음향에 대한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조선업계 중 유일하게 음향수조를 구축했다. 음향수조의 수심은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앞 수심과 동일하고, 가정용 욕조 1만개 용량이다. 물을 빼고 넣는 데 3∼4일이 걸리고, 한번 물을 채우는 데 2억원이 든다.
이원병 진동소음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음향수조는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산 분야 전문 연구시설”이라고 소개했다. 함정들의 수중 방사 소음을 최소화해 적으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구현한다. 적군의 공격을 피하고 생존성을 높이는 생명과 직결된 기술이다. 음향수조를 활용해 수상함의 수중 방사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 시스템’(공기 분사로 선체에 에어커튼을 만들어 소음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도 마쳤다. 최근엔 상선에서도 수중 소음 문제가 불거졌다. 수중 소음이 돌고래 등에 미치는 영향 등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IMO(국제해사기구)를 중심으로 수중 소음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길이 62m, 높이 20m의 ‘미음(ㅁ)’자 형태인 공동(空洞)수조는 속도 변화에 따른 압력 변화로 기포가 생기는 ‘캐비테이션’(공동) 현상을 연구한다. 알루미늄으로 ‘30분의1’로 축소제작한 모형 프로펠러를 상대로 초속 15m까지 유속을 조정하며 선체 진동의 원인이 되는 공동 현상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이곳의 공동수조는 조립만 4개월이 걸린 세계최대 상업용 공동수조다. 2017년 기본설계 후 2020년 완료해 1년간 시험을 거쳐 2021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시흥R&D센터에는 미래 디지털 선박 기술을 선도하는 스마트십 플랫폼 ‘HS4’를 통해 실제 운항 중인 선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육상에서 수집·분석해 운항의 호율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HS4 미디어 연구실과 마주한 자율운항선 관제센터에서는 한화오션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를 활용해 원격제어 시험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무인자율운항인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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