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장애 해소 초점, 실효성 의문
지금 중요한 것은 물량보다 속도
정부가 어제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와 민간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확대,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등을 담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민간의 적체된 인허가 해소와 착공 대기 물량의 공사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일시적인 주택 공급 지연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주택용지 전매제한을 한시적으로 1년간 완화하고, PF대출 보증 규모도 당초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한다. 당초 6만5000호로 계획된 신규 공공택지 물량을 8만5000호로 확대하고, 후보지 발표 시기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1월로 당기기로 했다. 용적률 상향 등 토지 효율성 제고를 통해 3기 신도시 등에서 3만호 이상 공급을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수도권에 12만호 가까운 물량을 푸는 셈이다.
방향성은 맞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주택 공급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건 수치로도 드러난다. 올 들어 8월까지 인허가 및 착공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13만4000호↓), 56%(14만7000호↓) 감소했다. 올해 6∼8월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지방은 4.4대 1에서 9.3대 1로 오른 반면 수도권은 3.5대 1에서 17.5대 1로 급등했다. PF대출 보증 확대와 중도금 대출 지원으로 금리·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공급 장애 요인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실질적인 물량 확보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약 30만 가구가 입주 예정인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주 시기가 사실상 1∼2년씩 미뤄졌다. 당초 3기 신도시 5곳의 입주 예정 시기는 2025∼2026년이었지만 토지 보상 등을 거치며 최초 입주 시점이 2026∼2027년으로 늦어졌다. 최근 불거진 무량판 사태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 문제도 변수다. 신도시 사업은 그린벨트 등 녹지공간을 주거용도로 전환하는 개발이어서 불가피하게 공기업이 맡아야 하지만 각종 조사로 손발이 묶인 상태다.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 수도권 공급 절벽은 미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규제로 일관하다 실기해 부동산 폭등을 불러온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민간 부문 공급 위축에 따른 집값 바닥론을 공공 물량으로 잠재우는 건 단기 처방일 뿐이다. 지금은 공급 물량이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민간 참여를 활성화할 속도감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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