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는 5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은 겪는 흔한 질환이다. 급성 두드러기는 보통 치료 후 1∼2주 정도 치료받으면 금방 낫지만, 일부에서는 6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만성 두드러기’다. 만성 두드러기는 평균 3∼5년 정도 지속한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에 대부분 참고 넘기지만,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성 두드러기는 죽고 사는 병이 아니라고 경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환자들은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인지도 개선과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 급여 적용, 중증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중증 난치성 질환코드 부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드러기는 모기 물렸을 때처럼 가렵고,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주변은 빨갛게 올라오는 ‘팽진’ 증상이 대표적이다. 팽진은 눈꺼풀이나 입술 등 보이는 곳뿐 아니라 위장관 점막, 인후 점막을 침범하고 혈관 부종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요인은 일상적인 자극인 마찰이나 체온상승, 찬 공기, 햇빛, 운동 등 다양하다. 한국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흔한 악화요인은 스트레스, 음식, 술, 햇빛, 운동 등이 있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010∼2014년 국내 보험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만명당 2256명이 만성 두드러기 환자인 것으로 추정됐다”며 국내 유병률은 2010년 2.64%, 2013년 3.52%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만성 두드러기는 평균 3∼5년 정도 치료를 받는데, 중증도가 심할수록 더욱 오래 가기도 한다. 아주대병원이 5442명 1997∼2007년 만성 두드러기로 치료를 받은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한 결과 아주 심한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평균 9.3년간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예영민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면 장애가 심한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느끼는 어려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에 그쳤다. 또 불안, 우울, 수면장애 지수는 중증 건선 환자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
만성 두드러기의 1차 치료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에 비해 졸림,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항히스타민제로는 10명 중 6명의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
장윤석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표준용량을 썼을 때 62% 환자에서, 증량 또는 복합 시에도 37%에서 효과가 없다”며 “이런 경우 면역억제제를 쓰게 되는데, 사이클로스포린은 장기 이식 후 쓰는 면역억제제, MTX는 항암제, 댑손(dapsone)은 한센병 치료에 쓰는 약이다. 중등두드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역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중증 천식을 위해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 오말리주맙이 만성두드러기에 효과를 보여 환자들에 희망이 되고 있지만, 높은 비용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달에 주사 한 번씩만 맞아도 1년이면 360만원 정도 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영구 이사장은 이에 대해 “만성 두드러기는 정책적인 과제에서 소외되어 있어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특히 중증 만성 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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