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지방의료 붕괴 더는 방치 안 돼
적정수가 보상·분쟁 부담 경감 필요
의료계의 최대 난제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18년째 전국 40개교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입학정원을 2025년 대입부터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어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방·필수의료 문제도 의사 수가 더 많아져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한다며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 현안마다 정쟁만 일삼던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니 반가운 일이다.
의사 부족으로 필수·지방 의료가 붕괴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실의 줄폐업에 대도시조차 어린이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하고 응급 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을 못 찾아 뺑뺑이를 돌다 숨지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지방 공공의료원은 3억∼4억원의 고액 연봉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맨다. 지난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치료받은 환자가 71만여명에 이르고 치료비도 2조1800억원에 달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는 의대 정원을 최소 5500명 늘려도 30년 후에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한다.
관건은 의사단체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제 긴급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어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며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원 확대 때 수입이 줄고 경쟁은 심화할 것을 우려해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하지만 의사 수를 늘려도 의료수가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돼 필수의료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나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의료 사망사고와 관련 한국의 기소율도 일본, 영국, 독일 등에 비해 14.7∼580.7배나 높다(의료정책연구소)고 한다.
여·야·정은 정책협의 채널을 가동해 의료 정상화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시급한 과제는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들이 필요한 진료과와 지역으로 잘 배분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계와 대화하며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과의 의료수가 인상과 보상체계 개선, 의료분쟁 법적 부담 경감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의사단체도 정원 확대를 막무가내로 반대하기보다는 국민건강권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에 참여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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