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정치혐오 현수막 철거키로
말만으로는 돌아선 민심 못 돌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나부터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파고들겠다”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에게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만 말고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주문했다. 민심과 괴리되지 않으려면 자신뿐만 아니라 참모들도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도 전국에 걸려 있는 정치 혐오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고, 정쟁의 요소가 있는 당내 각종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하기로 했다. 정쟁보다 민심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여권에서 연일 민심과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윤 대통령 언급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 “민생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난 18일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제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선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시는 분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선 패배 원인이 일방적 리더십과 소통방식 등 국정운영 스타일에 있다는 지적에 수긍하면서 민심에 따라 쇄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개월 만에 최저치인 30%를 기록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국정 쇄신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7%)와 독단적·일방적(10%), 소통 미흡(9%)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윤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국정 방향이 옳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의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태도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인사에서도 인재 풀을 넓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어제 원내 운영 기조를 민생과 협치에 더욱 집중하면서 “정쟁보다는 생산적인 메시지를 더 많이 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필요하게 정쟁을 야기했던 폐단을 없애고 민심, 민생, 협치를 당의 모토로 삼겠다는 것으로 의미있는 결정이다.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는 국정 운영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민생법안을 한 건도 처리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회동을 우선 고려하고 여의치 않으면 양당 대표·원내대표라도 먼저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은 내일 고위당정 협의회를 열어 민생법안 처리 상황을 점검한다. 이번 회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에게 주 1회 고위당정 협의회 정례화를 제안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협의회로 주제는 민생이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돌보겠다’고 다짐한 대통령과 여당의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민생 강조가 말의 성찬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천과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고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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