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대출한도초과분 지원할 듯
輸銀 수출금융 한도 소진에 난항
정부, 시중은행에 요청 해법 찾아
폴란드, 80% 수준 24조 지원 요구
은행별로 자금 규모 등 확정할 듯
방산 관계자 “수출 확대에 큰 도움”
수출입은행(수은)의 수출금융 한도 제한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전망이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신디케이트론’ 방식을 통해 폴란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해 무기 수출 사업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5일 세계일보에 “5대 금융지주가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무기 수출 사업 지원에 참여한다”며 “폴란드 정부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관련 내용을 협의하기 위한 회의를 6일 소집했으며, 이 자리에는 5대 시중은행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디케이트론이란 둘 이상의 복수 금융기관이 공통의 조건으로 기업에 자금을 융자하는 대출 방법이다. 수은의 대출 한도 제한으로 2차 방산 수출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중은행에 자금 지원 요청을 통해 수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원 규모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정부는 2차 무기 수출 계약금 30조원 가운데 80% 수준의 금융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24조원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관련 의향서만 주고받고 있는 과정으로 안다”며 “각 은행별 지원 규모나 방식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국가들은 방산 수출과 관련해 막대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어 폴란드와의 2차 수출 계약에 위협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국내 금융지원이 확대되면 방산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한국 정부가 폴란드와 227억달러(약 30조원)로 추정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신디케이트론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통신은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 5명에 따르면 폴란드에 대한 수출입 대출이 법정 한도에 도달한 한국은 폴란드가 무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현지 은행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방산업체 관계자 두 명에게도 신디케이트론 계획을 확인했다며 “2차 계약에 대한 신디케이트 대출이 충분치 않으면 다른 자금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은행 관계자 두 명 역시 구체적인 유형은 밝히지 않았지만 대출은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통신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로 주도했던 글로벌 무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이 2021년 약 72억5000만달러(약 9조5100억원)에서 2022년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 이후 약 170억달러(약 22조3000억원)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무기 수출 규모가 74% 급증했다. 지난해 폴란드와 체결한 금액이 124억달러(약 17조원)로, 전체 방산 수출액의 72%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우리 방산기업은 지난해 폴란드 정부와 17조원 규모의 1차 무기 수출 계약을 마무리한 뒤 2차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차 수출에는 현대로템의 K2 전차 820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360문, 천무 다연장로켓 70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최근 2차 수출 계약 규모에 대해 “30조원보다 좀 더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차 수출 사업은 올해 상반기 계약이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수은의 지원 여력이 한계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무기·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사업을 발주하는 국가는 입찰 당사국에 금융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국책금융기관인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주로 이를 담당해 왔다.
문제는 수은의 지원 한도가 묶여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상 수은은 특정 대출자에 대해 자기 자본의 40%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수은의 법정자본금은 15조원으로, 이에 따라 특정 차주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6조원이다. 수은은 폴란드가 1차 수출 당시 요청한 금융 지원금 약 12조원에 대해 무역보험공사와 각각 6조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이미 폴란드 정부에 대한 금융 지원 한도가 거의 소진된 셈이다. 폴란드 정부가 요구하는 금융지원 규모(24조원)에 비해 지원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방산 수출 지원뿐 아니라 향후 대규모 해외사업 발주가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확충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경우 국책금융기관에 비해 비교적 금리가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35조원으로 늘리는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윤 행장도 “(방산 수출을) 더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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