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인용된 사건에서 혼인관계 파탄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원치 않은 이혼을 하게 된 상대방에게 높은 기준을 적용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사실관계와 소송의 결과
십여년 동안 다수의 여성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한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두번의 이혼 청구 소송 끝에 예외적으로 인용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이혼이 확정된 지 약 2년이 지나 ‘이혼 청구가 인용됐으나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전 남편에게 있다’면서 전 남편을 상대로 별도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전 남편에게 3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상당한 기간 이율배반적 행위를 통해 배우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했다면 상대방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전보할 수 있는 손해 배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위자료 액수를 2억원으로 대폭 증액하였고, 양측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되면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 판결의 시사점
판결은 “이 사건과 같이 원고에게 혼인관계의 파탄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이혼을 하게 된 사안에서 유책 배우자가 아닌 당사자가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은, 유책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 청구에 대해 그 상대방이 수동적으로나마 수용해 이혼이 성립된 사안이나, 상대방 역시 반소 제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혼을 청구해 이혼이 성립된 사안 등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손해 배상액 산정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무상 이혼 소송에서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인정되는 위자료는 3000만 원을 넘기 어렵고, 지방법원은 이보다 조금 더 낮은 액수에서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손해 배상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2억원의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으니 이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 위 사건에서 법원은 유책 배우자로부터 여러 차례 이혼 소송을 당해 재판에 대응했어야 했던 점,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 외에도 전 남편이 이혼 소송 외에도 여러 민사 소송을 무리하게 제기했던 점, 혼인 기간 중 전 아내로부터 지속해서 상당한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도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한 점, 반면 전 남편이 재산 분할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가져간 점 등 특수성을 고려해 거액의 위자료를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위 판결을 유책 배우자의 일반적인 위자료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인용된 사례로 국한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지만, 어찌 되었든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받을 수 위자료 액수를 대폭 증액하였다는 점에서 위 판결에 찬성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