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정국 주도권 쥐기 포석
2024년도 예산안 소홀히 다뤄선 안 돼
여야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놓고 또다시 극한대치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 대한 무차별 압수수색, 검열, 폐간 협박 등 정권의 폭압을 막기 위해 이 위원장 탄핵과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식 나쁜 정치 꼼수가 끝이 없어 보인다”며 “모든 법적 조치 등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 9일 단독 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는 만큼 이제는 이 위원장 탄핵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9일에 국회 본회의에 제출했으나 표결하지 못한 탄핵소추안의 자동 폐기를 막기 위해 해당 안건의 철회서를 냈고,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10일 이를 결재했다. 김 의장의 철회 결재로 여야 대결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30일 탄핵안을 재발의해 내달 1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권한쟁의심판과 정기국회 내 탄핵안 재발의 금지 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총동원하겠다”고 맞섰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소모적 힘겨루기만 재연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노릇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가짜뉴스를 빌미로 언론을 겁박한다며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주장하지만, 탄핵감인지는 분명치 않다. 탄핵의 근거가 되는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 혐의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권을 뺏겨 방송 장악력이 떨어지자 방통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여야의 끝없는 힘겨루기는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국정 운영을 맡은 여권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순 없다.
여야가 국회에서 치고받는 사이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막는 옥외광고물법,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예방 법안 등이 줄줄이 좌초됐다. 이번 주부터는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본격 시작된다. 지금 여야의 행태로 볼 때 이번 예산 국회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힘겨루기에 매몰돼 예산안을 소홀히 다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민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만 따진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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