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전국에 145곳, 나홀로 입학한 학교는 140곳이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17년째 차츰차츰 줄어들면서 유치원과 초·중·고 전체 학생 숫자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대신 다문화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초·중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 수는 16만8645명으로 지난해보다 5.4% 증가했다. 서울에서만 중국계 학생이 50%를 넘는 학교가 두 곳, 80%를 넘는 학교도 두 곳 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울대동초의 경우에는 2018년 신입생 72명이 모두 중국 다문화 학생이기도 했다.
다문화 학생들이 오면 업무량이 증가하고 생활지도가 어렵다며 거부하는 학교와 선생님들도 있지만, 이들마저 없으면 폐교하거나 학급수가 줄어 교사 직업도 위태해지는 현실이다. 이런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 바로 다문화언어강사들이다.
13개 나라에서 온 다문화언어강사는 한국어와 모국어 등 이중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대학 졸업 고학력 결혼 이민자들이다. 서울시교육청 소속인 다문화언어강사는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 배정되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문화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이중언어교육, 한국어 교육, 모국어 교육, 상담, 통번역, 방학 기간 문화 다양성 캠프 등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 부진, 문화 이질감, 정체성 혼란 등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부모나 담임 선생님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고충을 다문화 선생님에게 털어놓고 상담을 받는다. 다문화언어강사들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의지처이자 안전기지 역할을 한다. ‘노력하면 나도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반차별을 외치는 다문화언어강사가 차별을 당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다문화언어강사 지원 계획서에 한시적인 사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12월에 학교와 기관의 다문화언어강사 수요 신청을 받고, 1월에는 다문화언어강사의 지원서를 받아서 학교와 강사를 매치하여 최종 배치한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지며, 2월에는 퇴직금을 정산한다. 다문화언어강사 사업의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같은 강사 직군에 비해서 월급이나 기타 수당도 적다. 2022년 기준 영어전문 강사는 유형1 기본급이 230만8000원이지만 다문화언어강사는 동일노동을 하더라도 유형2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본급 186만8000원으로 최저 임금을 받는다. 단지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저렴한 노동력으로 치부되거나 인권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문화언어강사의 업무는 학교장 재량으로 정해져 있어 다문화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교는 다문화교육 업무보다 제2외국어 수업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다문화 교육활동 예산이 한 푼도 없는 학교도 있어 교육활동 자료나 교구 제작에 사비를 들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다.
이 때문에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63명을 양성했으나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최저 임금과 고용불안 때문에 현재는 겨우 66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다문화언어강사들을 다른 강사 직군과 동일하게 대우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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