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재회하고 싶어요” 팔찌·기도에 부적까지… ‘이별 소비’에 빠진 사람들 [미드나잇 이슈]

관련이슈 미드나잇 이슈 , 이슈팀

입력 : 2023-12-06 21:00:00 수정 : 2023-12-07 10:19: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재회 주파수 영상'부터 '재회 부적'까지
검증된 방법 아닌 불안심리 이용한 전략
전문가 "개인·사회적 불안이 높아 발생"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는 ‘재회’를 위한 ‘이별소비’가 유행한다. 조그마하게는 재회를 도와준다는 원석이나 팔찌를 사는가 하면 무속인에게 기도를 부탁하거나 부적을 받는 이도 있다. 유튜브엔 재회를 도와준다는 ‘재회주파수’ 영상도 많다. 조회수가 잘 나온 영상은 100만뷰를 훌쩍 넘는다.

 

반응은 “효과가 있었다”거나 “효과가 없었다”는 후기가 엇갈린다. 타인 마음을 단순히 원석을 지니거나, 팔찌를 차거나, 기도를 부탁하거나, 부적을 지니는 행위로 바꾸는 것은 당연히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 이별소비는 개인의 불안을 이용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팔찌가 재회 운 높여드려요”

 

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에선 헤어진 연인과 재회를 도와준다는 원석이나 팔찌를 파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은 1만원대부터 수십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재회를 도와주는 원석팔찌를 만든다는 한 판매자는 ‘세척→정화→수공예→정화’의 4단계를 거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는 “1년간 원석을 공부하며 정화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자문을 얻었다”며 “공개하지 않는 정화방법과 공개 가능한 정화방법 2가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매자는 ‘재회팔찌를 착용하면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재회 운을 높여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기본 정화 팔찌가 6만9000원, 100일 정화한 원석을 사용한 팔찌가 8만9000원이었다.

 

다른 판매자는 재회팔찌를 15만원에 팔고 있었다. 그는 “원석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구매자의 상황과 소원을 담은 기도, (원석) 색깔이 가지는 힘, 이 3가지 요소로 (효과가) 작용한다”며 “1년에서 1년 6개월 주기로 (팔찌를) 갈아주면 더 생생한 에너지를 가진 형태로 팔찌를 착용하고 다닐 수 있다”고 했다.

 

팔찌나 원석에 대한 후기는 엇갈린다. 한 구매자는 네이버 카페에 “사연을 넣고 주문제작한 팔찌를 종종 끼는데 재회를 한 건 아니지만 마음가짐이 ‘재회가 된다’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별 효과를 못 봤다”, “몇 달이나 했지만 (재회를 못했다)” 등의 반응도 많았다.

사진=연합뉴스

◆재회 도와준다는 기도·부적도

 

팔찌나 원석에서 그치지 않고 무속인의 힘을 빌리는 이들도 있다. 재회를 도와준다는 무속인들은 초를 켜놓고 기도하는 일명 ‘초기도’나 부적 등을 재회 방법으로 언급한다. 가격은 무속인마다 다르지만 초기도는 1번에 수십만원대, 부적은 몇만원대에서 십만원대 수준이다. 굿을 하는 곳도 있는데 굿은 수백만원을 내야 한다.

 

한 무속인은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재회부적으로 헤어진 남자친구 재회가 정말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당연히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며 “수많은 기도를 통해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30대 A씨는 1~2년 전 재회로 유명한 무속인을 찾아갔다 실망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 A씨는 당시 만나던 연인과 결혼을 해도 되는지 알기 위해 무속인을 찾아갔는데 무속인은 “연인이 돈이 많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연인은 재산은커녕 빚만 수십억원 있었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초기도와 굿을 한다고 약 1000만원을 썼는데 더 잘 안 되고 싸우다 결국 헤어졌다”고 했다.

 

온라인에도 재회부적과 기도, 굿에 대한 후기가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네이버 카페에 “간절하게 재회하고 싶은 마음에 초기도, 타로 등 별 걸 다 해봤고 돈도 많이 썼다”며 “결과는 다 틀렸다”고 했다. 그는 “치성이나 초기도를 할 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저에게 연락이 오거나 뭔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악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네티즌은 “마음 힘들고 외로운 분들 많겠지만 어느 곳에 의존하고 의지하면서 모든 것을 맡기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속인과 관련한 글을 블로그에 게재하는 B씨는 재회부적을 써준다고 하는 무속인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제가 무속인이라고 인정하는 분들 중엔 ‘재회부적을 써달라’고 했을 때 해주는 사람이 절대 없다”며 “절박한 사람이 (이런 데)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인간 마음을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시체나 다름없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별소비는 개인 불안과 사회적 불안 겹친 것”

 

재회와 관련한 이별소비가 횡행하는 건 팔찌나 부적, 굿 등이 이별로 인한 불안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는 “부적 등에 의존하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라며 “특히 청장년기가 이러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으므로 개인적인 불안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불안이 높은 점도 이별소비의 원인 중 하나로 봤다. 임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끝났지만 이로 인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같은 정신적 후유증은 조금 늦게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적인 불안이나 사회적 불안이 굉장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의지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무언가에 자꾸 기대는 심리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진·김지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