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밀어붙여 총선 전략 의구심
尹 대통령, 정치공세 빌미 없애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결국 어제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통과시켰다.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른바 ‘쌍특검법’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자 예상대로 강행처리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국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다. 민주당은 국회의 정상적 입법이란 입장이지만 거대 야당의 입법 횡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검을 할 만한 권력형 비리인지 의문이고, 입법 의도도 순수해 보이지 않아서다.
민주당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2012년 작전 세력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해 왔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결혼하기 한참 전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은 19개월간 수사를 벌여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도 김 여사를 포함시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손발이 묶인 상태였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특검법 수용 불가 입장을 정리한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예정된 수순이다. 특검법은 수사 대상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여당을 배제한 채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수사과정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사언론의 함정취재로 공개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도 수사대상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4·10총선을 앞두고 대여 정치 공세의 불쏘시개가 될 게 자명하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으로 예상되는 현역 의원 물갈이를 앞두고 내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부권 행사로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와 재의에 부쳐지면 여당으로선 내부 이탈표를 막아야 한다. 이러니 총선 전략과 무관한 입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김 여사에 대한 야당 공세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잡음에 휘말린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을 대통령실에 복원하고 대통령 측근을 관리할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순리다. 윤 대통령이 측근과 주변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임기 내내 야당에 공세의 명분과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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