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찰 간부들의 출마 의사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김상민 서울중앙지검 형사 9부장과 박대범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이 사실상 출마행보를 보였다. ‘친문재인 검사’로 평가받는 이성윤·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얼마 전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최근 저서 ‘꽃은 무죄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박 검사는 국민의힘, 두 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이 총선 출마행보를 보이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자로 김 부장과 박 지청장을 각각 대전고검과 광주고검으로 좌천성 인사조치하고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의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다. 김 부장은 지난 추석 때 지인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고 총선 출마를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일자 사직서를 내고 출마 결심을 밝혔다. 박 지청장은 총선 출마와 관련해 외부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엄정 조치를 지시해 대검은 추가 감찰과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신 연구위원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각각 ‘한동훈 녹취록 오보’와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수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공무원법은 수사를 받아 중징계가 예상되거나 기소된 경우 사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에 이뤄질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이 연구위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감찰도 받고 있다.
문제는 누가 봐도 이들의 출마가 옳은 일이 아닌데, 그렇다고 출마를 막을 방도도 없다는 데 있다. 공무원은 선거 90일 전에 사직서를 제출만 하면 출마가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황운하 판례’ 때문이다. 현직 검사들이 국민 세금으로 주는 급여를 받으며 본업은 팽개친 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잘못된 판례의 폐해는 시정돼야 마땅하다.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는 검사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검사,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모두 퇴직 후 최소 6개월∼1년 정도는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완입법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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