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장학금과 수련 비용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한다. 향후 5년간 필수의료 지원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모든 의료인을 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 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일각에서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는 근무 조건이 좋은 장기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키로 했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의대생 3자가 계약해 의대생이 장학금과 수련 비용 지원, 교수 채용 할당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료리더 육성 제도’, 의사가 충분한 수입과 거주 지원을 보장받고 지역 필수의료 기관과 장기 근속 계약을 맺는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가 그것이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출신으로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도 대폭 확대한다. 의사들이 서울·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고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다. 발표용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인의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형사처벌특례법 도입 등 일선 의사들이 부족하고 미비하다고 지적하던 내용을 대폭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은 의료계의 강력한 숙원 사업이었다. 환자·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의사들의 손을 들어줘 ‘의료개혁에 더는 반발하지 말라’는 당근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필수의료 과목 의사가 아닌 이들이 이를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35년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는 수급 전망을 고려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대한의사협회(의협)로 넘어갔다.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국민 78%가 의대 정원 1000명 이상 확대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 강화를 약속한 만큼 의협도 더 이상 의대 증원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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