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어제 발표됐다. 2016년 8월 개정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에 따라 정부의 종합적인 건보 정책을 담은 중장기 비전이다. 지난해 하반기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 반영과 연계된 탓에 늦어졌다고 한다. 이번 종합계획은 ‘건보 보장률 70% 달성’이라는 양적 성장을 강조한 문재인정부의 1차 계획과 달리 필수의료 보장과 안정적 의료개혁에 중점을 뒀다. 의료환경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1차 종합계획을 통해 건보 가입 대상이 늘고 병상 및 장비의 의료인프라가 확충돼 국민 의료안전망이 더 촘촘해졌다. 하지만 보장률 제고에 치우쳐 지역의료 공백과 필수의료 기피, 과잉의료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심화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보장성이 강화돼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자 환자가 지방보다 수도권을, 동네의원보다 상급병원을 찾는 게 당연시됐다.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까지 건보 적용을 확대해 과잉의료를 자초했다. 이번에 의료 남용을 적극 차단키로 한 이유다.
행위별 수가의 일괄 인상 구조에서 벗어나 필수의료 등 저평가 항목을 집중 인상하기로 한 결정이 주목된다. 필수의료 붕괴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의료행위 난이도·위험도·시급성, 의료진 숙련도, 당직·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을 수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과 더불어 제대로 정착된다면 적정한 의료 공급과 정당한 보상 구현에 기여할 것이다. 병원·약국 이용이 적은 건보 가입자에게 보험료의 10%를 바우처로 돌려주고 이용이 많은 가입자에게 본인 부담 비중을 높이는 방안은 바람직하다.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같은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를 급여 진료와 섞는 혼합진료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금지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건보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피부양자 제도에 손을 대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9월 피부양자 선정 소득기준을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춘 상황에서 자격을 더욱 강화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법하다. 그렇더라도 2026년부터 건보 재정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계되는 상황에서 이를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건보 재정난도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지속가능한 건보 재정을 위한 개혁은 부단히 이뤄져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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