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하며 자신의 22대 총선 출마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오늘 고향인 부산의 선친 묘소를 찾은 뒤 국립강제동원역사관에서 총선 출마 방침을 공식화한다. 그는 1심에 이어 지난 8일 2심에서도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그의 총선 출마는 사법적 단죄의 의미를 희석하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아 보겠다는 속셈으로 비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일에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리셋 코리아 행동’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사실상의 정치 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합형 비례정당(위성정당) 창당 추진 의사를 밝히자 그 기자회견문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리며 민주당과 연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정계 진출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민주당이 그와 공개적으로 연대할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조 전 장관은 판결 후에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총선 출마 방침을 확인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범죄에 연루되고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그의 행태는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 그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당선돼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잃는다. 국회의원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데도 출마를 고집하는 것은 오기로 비칠 뿐이다.
2019년 8월 불거진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은 ‘조국 사태’라고 불릴 만큼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그는 두 자녀 입시를 위해 불법과 반칙을 일삼았다. 이에 많은 국민이 좌절하고 분노했다. 지금 민주당은 ‘정권 교체 책임론’을 두고 내홍이 한창인데, 대선 패배의 시발점은 ‘조국 사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격화하며 우리 사회의 진영 갈등도 극에 달했다. 그의 총선 출마 강행은 그 상처를 더 깊고 넓게 파이게 할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출마 계획을 당장 접어야 한다. 이제라도 그가 할 일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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