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강력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 행동에 시동을 걸었다. 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이 어제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하며 1년간 집단 휴학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전국 의대생들 중 최초의 집단 행동이다. 게다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하면 그만큼 전공의와 전문의 배출이 늦어져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 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어제 오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 회장직도 내려놓는다. 대전성모병원 인턴에 이어 두 번째 전공의 사직이다. 압도적인 여론에 밀려 집단 행동을 유보한 전공의들이 개별 사직하는 신호탄이 될까 우려스럽다. 박 회장은 SNS에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80 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는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썼다. 전공의들의 불안한 신분과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대안을 서둘러 제시해야 할 때다. 그래야 이들이 ‘파업 선봉대’로 나서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어제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17일 전 회원 투표를 통해 파업 강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확충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직역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전공의·의대생들을 앞세워 파업몰이를 하려는 의협 집행부의 책임이 크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말마따나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고 있는 게 안 보이는 모양이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 무엇보다 국민 89%가 의대 정원 증원을 지지한다.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보건의료영역에서도 모두 파업을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코로나19 시국에 의사들 눈치를 보느라 물러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의대 증원 결정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파업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사회 최고 지식인인 의사들마저 집단 행동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 하는 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의사들은 결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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