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원대 세금 낭비 논란이 일었던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전임 용인시장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그제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 소송단’ 소속 주민 8명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총 1조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낸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이 사업을 추진한 이정문 전 용인시장, 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모두 214억여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사업 실패로 발생한 예산상 손해에 대한 공무원들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용인경전철은 1995년부터 용인시가 추진하던 사업이다. 2000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상 수요 13만9000명’이란 보고서를 토대로 이 전 시장은 2004년 실시 협약을 맺고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2013년 개통 이후 실제 이용객 수는 예측했던 숫자의 5∼13%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용인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시행자에게 약 4293억원의 재정지원금을 지급했다. 2043년까지 추가로 1조원 이상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용인 시민들은 2013년 주민소송을 냈고 10여년 만에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용 사업 추진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엉터리 수요예측에 기반해 혈세를 낭비하는 민간투자사업 실패 사례는 용인경전철만이 아니다. 2012년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실제 승객 수요가 예상치의 15% 정도에 그치면서 적자가 쌓인 민간 업자가 파산하기도 했다. 인천의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월미바다열차’도 2019년 개통 이후 누적 적자가 292억원에 이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지자체가 이처럼 무리한 사업을 남발하는 건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미국과 일본 등이 시행 중인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파산제는 중앙정부가 부실 지자체의 예산편성권을 박탈하고 지자체장의 책임을 묻는 제도다. 일본은 홋카이도 유바리시 파산을 계기로 지방 공공단체 재정 건전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자체 책임성을 강화했다. 지자체장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선심성·전시성 사업 등으로 곳간을 부실하게 만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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