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 불이행 5976명 확인서
구속 등 강경발언 ‘탄압’ 비쳐질라
당국 “아직 처분 결정된 건 없다”
사법처리 대비 복지부 검사 파견
중대본 회의 13개 부처 대응 논의
경찰, 가짜뉴스 유포 등 수사 박차
‘자료 삭제 지침’ IP 계속 추적 중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6일째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전공의가 6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정부가 실제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이라는 칼을 휘두를지가 주요한 관심사다. 정부는 우선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가짜뉴스부터 엄단하기로 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8897명(78.5%)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6곳은 집계에서 제외됐다. 사직서는 전부 수리되지 않았다.
정부는 병원 현장조사를 나가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총 703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5976명에 불이행확인서를 발부했다.
불이행확인서를 받은 전공의들은 향후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 명령을 거부한다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격상한 것과 관련해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전공의들을 향해 “지금 즉시 환자 곁으로 복귀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도 “명령이 이행됐는지를 두세 차례에 걸쳐 확인하고 그것이(어겼다는 것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처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지도부 2명에게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 위반 혐의로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즉각 발송한 것과 비교된다. 2000년 의사 파업 때도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는 형사처벌과 면허 취소에 처했지만 전공의는 처벌되지 않았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의사 총파업 당시 김재정 전 의협 회장과 한광수 전 직무대행은 의료기관 휴진을 강요했다는 혐의(공정거래법·의료법 위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면허가 취소됐다.
이 같은 신중론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최근 집단행동 시사 이후 의사면허 정지나 구속수사를 거론하는 정부의 강경 발언을 ‘탄압’으로 느끼며 적대심을 키웠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인 전공의들이 부당한 처분을 받으면 그들과 함께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 주재로 중대본 회의를 개최하고 의사 집단행동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했다. 당장 전공의에 대한 처분보다는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가짜뉴스 대응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회의에는 복지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13개 부처가 참석했다. 경찰청은 의사 집단행동 관련 허위 여론 선동, 명예훼손 등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해 법률자문을 하고,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검·경 협의회를 개최해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3일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의 서초구 서초동 소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메디스태프는 의사나 의대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로, 최근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하는 게시물이 최초로 올라온 곳이다. 경찰은 해당 게시물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회원 정보와 게시물 작성자 인적사항, 접속 기록을 찾기 위해 서버와 PC, 노트북 등을 확보하는 한편 작성자의 IP 또한 또한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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